갑자기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골반통이나 허리 통증이 느껴지는 여성이라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10~15% 정도가 겪을 정도로 흔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불임 또는 조기폐경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재발률 높은 자궁내막증, 최근 꾸준한 증가세 보여여성의 생식기관은 크게 자궁과 난관, 난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중 자궁은 자궁근육층과 자궁내막으로 나누어진다. 가임기 여성에게 매달 생리가 찾아오는 이유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이 탈락하면서 출혈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리혈은 질을 통해 배출되며, 일부는 난관을 통해 복강 내로 역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역행성 월경’이라고 하는데, 이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대부분 복강 안으로 유입된 월경혈은 인체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복강 안에서 생리혈이 제거되지 못하고 난소나 다른 장소에서 자라나 병변을 형성하는 경우를 자궁내막증이라 부른다. 자궁내막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령에 상관없이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길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16~2020년까지 자궁내막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자궁내막증 진료 인원은 10만 4,689명에서 2020년에는 15만 5,183명으로 5년새 10.3%가 증가했다. 2020년 자궁내막증 환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가 44.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30대가 25.8%로 그 뒤를 이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30~40대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임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신한다고 해도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이닥 한방과 상담의사 김지예 원장(성누가병원)은 하이닥 칼럼에서 “자궁내막증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이 되면 자궁내막종의 파열, 장 천공, 복강내출혈, 자궁내막증 병변에서 생기는 염증, 유산과 조산의 위험성이 있다”라고 경고하며, “특히 난소기능 저항을 일으키거나 착상을 방해해 자궁과 난관 난소가 유착되면서, 수정란을 정상적으로 자궁내막으로 보내주지 못해 난임이나 자궁외임신을 유발한다”라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 보내는 신호자궁내막증은 복강 내 장기와 복막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골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 골반통을 호소하는 여성의 50~70%는 자궁내막증을 앓는다는 보고도 있다. 통증은 골반을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거나 밑이 빠질 것 같은 느낌,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 쪽으로도 통증이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생리통이 전보다 심해지고 월경이 끝난 후에도 수일간 지속된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최고의 예방법자궁내막증은 수술 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에 속한다. 따라서 한 번 생기면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부인과 서종욱 교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는 “적절한 내·외과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연속성이 떨어지면 5년 내 누적 재발률은 60%까지 증가한다”라고 설명한다. 자궁내막증이 재발해 수술을 반복해서 진행하면 난소예비능 저하를 야기하고 불임 등 조기 폐경을 일으킬 수 있고,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극심한 생리통과 만성 골반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다면 미루거나 망설이지 말고 산부인과에 내원해 정확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김지예 원장(성누가병원 한의사), 서종욱 교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전문의)